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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하루 2개씩 꼬박꼬박 먹으면?

계란만큼 논란이 되는 식품도 드물다. 계란은 탄수화물과 비타민C를 제외한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완전식품이지만 노른자에 많이 들어있는 콜레스테롤로 인해 먹기가 대단히 꺼려지는 식품이기도 하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에 큰 일이 있어야 겨우 맛볼 수 있던, 귀하디 귀했던 계란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계란과 콜레스테롤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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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1개에는 약 200m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의 하루 권장량을 300mg로 못박아 놔서 계란 두 개를 먹게 되면 이 기준을 훌쩍 넘겨버리게 된다. 하루 한 개도 꺼림직한 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두 개를 먹는 모험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계란을 실컷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임상실험이 잇따르면서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량에 제한을 두는 것이 정말 맞는지 의문이 증폭되어 왔다.


얼마 전 미국 연방정부의 영양관련 자문기구는 하버드 대학의 임상실험을 바탕으로 계란 노른자를 비롯한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체는 하루에 1,000mg 정도의 콜레스테롤이 필요한데 300mg 정도는 음식을 통해 섭취하고 나머지는 간에서 합성한다. 단식을 하거나 채식을 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는 것은 간에서 직접 콜레스테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만약 음식을 통해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이 쏟아져 들어오면 우리 몸은 간에서의 합성을 줄여서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는 거의 변화가 없다. 계란의 섭취를 제한한 조치에 발끈했던 어느 한 의사는 매일 계란을 10개씩 한 달 가까이 계속 먹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비만 등 생활습관병이 사회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뤘다. 심지어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건강한 성인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을 필요가 있다는 권고가 있을 정도였다. 어떤 의사는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계 약들을 현대의 불로초라고 극찬하는 터무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계란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이 거의 없다.

이런 혼선을 거쳐 이제 계란섭취에 대해서는 정리가 된 상태이다. 평소 콜레스테롤을 하루 350mg 이상 섭취하던 사람은 추가로 콜레스테롤을 아무리 많이 보충하더라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전혀 상승하지 않는다. 음식으로 들어오는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대폭 줄이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최소화하여 전체 수치를 절묘하게 조정한다. 하루 2개씩 계란을 먹던 사람이 8개를 추가하여 매일 10개를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가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이지만 콜레스테롤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면 검진을 받기 전에 계란이나 새우, 오징어 등을 충분히 먹어보고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면 다시 원래의 식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치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만약 이상지질혈증이 있어 계란의 섭취를 자제하고 있었을 경우 그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키는 식품은 따로 있다

사실 콜레스테롤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이 아니라 포화지방산이나 가공 탄수화물이 다량 포함된 식품이다. 계란을 많이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오르지 않는 것은 계란에 포함된 지방이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이고 레시틴 같은 성분이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자, 빵, 아이스크림, 국수 등 생각지도 못했던 식품에 계란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평소 계란을 먹지 않아도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고 싶다면 계란보다는 계란이 많이 든 가공식품, 정제된 탄수화물, 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 계란은 죄가 없다.

<정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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